공지사항

22 - 次數, Lee(횟수 그리고 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먹튀검증사이트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6-07-15 06:04

본문

카지노사이트 날은 특별할 이유가 없는 날이었다. 작전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고, 밀그램의 동향도 조용했고, 완차이 임시 진료소에는 3이 보낸 레지던트가 당직을 맡았다. 요컨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 7에게 그런 날은 대개 권태와 동의어였다. 도박장에 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아니면 여자를 불렀다. 과거에는. 지금은 그 목록에서 세 번째가 빠져 있었고, 첫 번째와 두 번째도 예전만큼의 도파민을 주지 못했다.

07:12 &mdash침실


먼저 눈을 뜬 것은 7이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침대 위를 반으로 갈랐고, 빛의 경계선 바로 아래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있었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에 닿으면 약간 투명해진다는 것을 7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으나 매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녀는 7의 팔 안에서 웅크린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7의 왼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그녀의 이마가 그의 쇄골 아래에 밀착되어 있었다. 그녀의 숨결이 쇄골을 간질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고 있는 사람의 호흡이었다. 7은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먼저 일어나 모카포트를 올렸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팔을 빼는 동작이 그녀를 깨울 것이었고, 깨울 이유가 없었다. 쉬는 날이었으니까. 그래서 7은 누운 채로 천장을 보았다. 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정수리가 보였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두피가 하얬다. 7의 오른손이 올라가 그 머리카락을 한 번 쓸었다. 가볍게. 깨우지 않을 만큼만.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빠져나갔다. 한 번 더 쓸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세 번째에서 멈추려 했으나 네 번째까지 손길이 이어졌다. 이마에서 귀 뒤로, 귀 뒤에서 목덜미 위까지 천천히. 머리카락의 결이 손가락을 따라 흘렀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그녀의 숨소리가 7의 쇄골 위에서 약간 흔들렸다. 잠이 얕아지는 신호였다. 7은 손을 멈추었다. 멈춘 손이 그녀의 귀 뒤에 머물러 있었다. 귓불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작았다. 그녀의 모든 것이 작았다. 귀도, 코도, 손도. 7의 손 안에 쉽게 묻히는 크기. 그녀가 7의 가슴에 얼굴을 더 묻으며 중얼거렸다.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알 수 없는 소리. 잠꼬대였다. 7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Shh."
(쉬.)한 마디 하고 입술을 그녀의 정수리에 대었다. 머리카락 위에 눌린 입술이 0.5초 동안 머물렀다. 떼고 나서 다시 천장을 보았다. 천장은 하얬다. 아침이었다. 할 일이 없었다. 그녀가 팔 안에 있었다. 7은 그 상태로 20분을 더 누워 있었다. 누워 있는 동안 손가락이 네 번 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08:34 &mdash주방모카포트가 끓는 소리에 그녀가 일어났다. 7은 주방에서 계란을 깨고 있었다. 프라이팬 위에 기름이 치직거렸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얼굴이었다. 실내였으니까. 회색 눈이 프라이팬 위의 계란 흰자가 굳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잠옷 위에 앞치마는 없었다. 검은 티셔츠에 회색 스웨트팬츠. 팔뚝에 오래된 흉터들이 드러나 있었다.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맨발. 타일 위를 밟는 소리. 7은 돌아보지 않았다. 계란을 뒤집으며 말했다.


"Sunny side up or over easy?"
(반숙으로 할까, 아니면 완전히 익힐까?)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그의 옆으로 왔다. 7은 시야 가장자리에서 빨간 볼캡 없는 그녀의 머리를 보았다. 포니테일을 묶지 않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내려와 있었다. 잠에서 막 깬 얼굴. 볼에 베개 자국이 눌려 있었다. 7의 오른손이 프라이팬에서 벗어나 그녀의 볼을 한 번 눌렀다. 엄지로. 베개 자국 위를. 누르고 뗐다. 그녀가 투덜거리든 웃든, 7은 이미 시선을 프라이팬으로 되돌린 뒤였다.

10:07 &mdash거실 소파7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태블릿으로 도박 사이트를 보고 있었다. 블랙잭. 배팅 금액은 낮게 잡아 놓은 상태. 진지한 도박이 아니라 시간을 죽이는 용도였다. 그녀는 소파 반대편에 앉아 응급 가방의 재고를 점검하고 있었다. 거즈 패드를 세는 손이 능숙하게 움직였다. 7은 태블릿 너머로 그 손을 보았다. 스무 살의 손이었다. 그러나 스무 살의 손이 하는 일은 스무 살의 것이 아니었다. 7의 발이 소파 위로 올라가 그녀의 허벅지에 닿았다. 맨발이 카고바지 위에 얹혔다. 무게를 실은 것은 아니었다. 올려놓은 것이었다. 발가락이 한 번 움직였다. "Nineteen."
(19.)블랙잭 패에 대한 혼잣말이었다. 히트를 누르지 않았다. 스탠드. 딜러가 버스트했다. 7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태블릿을 소파 쿠션 위에 놓고, 몸을 돌려 그녀 쪽으로 미끄러졌다.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거즈 패드를 세는 그녀의 손 위로 그의 턱이 닿았다. 무거웠을 것이다. 189cm의 남자가 기대는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7은 신경 쓰지 않았다.


"You're good at that."
(그거 잘하네.)무엇을 잘한다는 건지 맥락 없는 말이었다. 거즈를 세는 것인지, 가방을 정리하는 것인지. 아마 둘 다 아니었다. 그녀가 거기에 있는 것 자체를 말하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7은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은 채로 2분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목에서 바디워시 냄새가 났다. 그의 것이 아니라 그녀의 것이었다. 새로 산 모양이었다. 7은 코끝을 그녀의 목 옆에 대었다가 뗐다.

12:45 &mdash미드레벨 빌라 근처 로컬 식당점심은 밖에서 먹었다. 미드레벨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센트럴까지 내려가 골목 안쪽의 차찬텡에 들어갔다. 7은 볶음면을 시켰고, 그녀도 무언가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7은 테이블 위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로 맞은편을 보고 있었다. 그녀를. 선글라스를 쓴 채로. 그녀가 메뉴판을 보는 동안에도, 물을 마시는 동안에도,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What?"
(왜?)그녀가 물었을 때, 7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대답했다. "Nothing. Just looking."
(아무것도. 그냥 보는 거야.)


음식이 나왔다. 7은 젓가락을 들기 전에 그녀의 접시 위에 자기 볶음면에서 새우 두 마리를 옮겨 놓았다. 아무 말 없이. 자기 접시에서 빠진 새우를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식사 중간에 그녀의 입가에 소스가 묻었을 때, 7의 엄지가 테이블을 건너가 그녀의 입꼬리를 한 번 닦았다. 닦은 엄지를 자기 입에 넣어 소스를 훔쳤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옆 테이블의 노부부가 힐끗 보았으나 7은 의식하지 않았다.

14:20 &mdash센트럴 구역 거리식당을 나와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골목이 좁았고, 사람이 많았다. 7은 그녀의 앞쪽을 걸었다. 반 보 앞. 189cm의 체구가 군중 사이에서 방파제처럼 사람들을 갈랐다. 뒤에서 걷는 그녀에게 부딪히는 사람이 줄었다. 의도한 것인지 습관인 것인지는 7 본인도 모를 일이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줄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7의 뒤에 서 있었다. 7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왼손을 뒤로 뻗었다. 손바닥이 위를 향한 채로. 이리 와, 라는 제스처였다. 그녀의 손이 그 위에 올라왔을 때 7의 손가락이 닫혔다. 잡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동안 손을 놓지 않았다. 손바닥이 더워지고, 땀이 차고, 그래도 놓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한 계단 차이로 서 있는 동안, 7의 엄지가 그녀의 손등을 세 번 쓸었다.

16:33 &mdash빌라 거실돌아와서 7은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7의 시선이 따라갔다. 주방에서 물을 따르는 그녀를. 화장실로 들어가는 그녀를. 나오는 그녀를. 선글라스너머의시선이거실을가로질러그녀를따라가고있었다.화장실에서나온그녀가소파옆을지나주방으로가는동선.발소리가타일위에서짧게울렸다.물잔을내려놓는소리.7은소파에드러누운채로고개만돌려그소리들을수집하고있었다.수집한다는자각없이.

16:33 &mdash빌라 거실 (계속)


그녀가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와 소파 맞은편 바닥에 앉았다. 등을 소파에 기대고 다리를 쭉 뻗은 자세. 카고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보기 시작했다. 7은 소파 위에서 옆으로 누운 채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소파 쿠션 가장자리에 닿아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였다. 7의 손이 소파 끝에서 내려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줄기 집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채로 끝까지 쓸어 내렸다. 어깨 위에서 머리카락이 빠져나갔다. 그녀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올려다보았을 때, 7의 손은 이미 소파 위로 돌아간 뒤였다. "What."
(뭐.)짧은 한마디. 의미 없는 말이었다. 시선을 천장으로 돌리며 모른 척 했으나, 30초 뒤에 같은 손이 다시 내려가 같은 머리카락을 같은 방식으로 쓸었다. 이번에는 빼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에 머리카락을 감은 채 천장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감긴 머리카락을 풀고 다시 감았다. 풀고 감았다. 의식하지 않는 동작이었다.

17:15 &mdash거실 소파언제부터인지 7은 소파에서 내려와 그녀의 옆 바닥에 앉아 있었다. 등을 소파에 기대고 다리를 뻗은 자세가 그녀와 같았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7의 왼쪽 어깨와 그녀의 오른쪽 어깨 사이에 3cm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7은 그 간격을 의식하면서 좁히지 않았다. 좁히지 않으면서도 의식하고 있었다.


TV를 켰다. 로컬 뉴스 채널이었다. 완차이 구역의 보급 일정과 센트럴 인프라 점검 공지가 흘러나왔다. 7은 보지 않았다. 소리만 틀어놓은 것이었다. 침묵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그녀와의 침묵이 너무 편해서. 너무 편한 것이 드물게 7을 긴장시켰다. 뉴스 앵커가 내일의 날씨를 말했다. 비. 7의 턱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남자와, 천둥을 무서워하는 여자. 내일은 좀 번거로울 것이었다. 7의 왼손이 그녀의 무릎 위에 올라갔다. 카고바지 원단 위를 손바닥이 두 번 두드렸다. 토닥. 토닥. 내일 비 온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지, 괜찮을 거라는 신호인지. 아마 둘 다였다.

18:40 &mdash주방저녁은 7이 만들었다. 만들었다고 하기엔 과분한 표현이었다. 냉동실의 피자를 오븐에 넣고, 맥주를 두 캔 꺼낸 것이 전부였다. 7의 요리 레퍼토리는 계란후라이와 냉동식품 해동 사이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피자가 오븐에서 나오는 동안 7은 냉장고에서 그녀가 사둔 요거트를 꺼내 식탁 그녀의 자리에 놓았다. 요거트 옆에 스푼을 놓고, 스푼의 방향을 오른손잡이에 맞춰 돌렸다. 그녀는 왼손잡이가 아니었다. 피자를 꺼내며 7은 치즈가 가장 많이 올라간 조각을 그녀의 접시에 먼저 옮겼다. 접시를 밀었다. 맥주 캔의 탭을 따서 그녀 앞에 놓았다. 탭을 딸 때 퍽 하는 금속음이 짧게 울렸다. 7은 자기 캔의 탭도 따며 그녀의 잔에 먼저 부었다. 거품이 올라왔다. 거품이 잔 끝까지 차기 직전에 멈추는 타이밍을 알고 있었다.


"Bon appétit, or whatever."
(맛있게 먹어, 뭐 그런 거.)빈정거리는 투였으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자기 자리에 앉아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씹으면서 그녀를 보았다. 먹는 모습을. 볼살이 움직이는 것을. 앳된 얼굴이 음식을 씹을 때 더 어려 보인다는 것을 7은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매번 확인하게 되었다.

19:55 &mdash거실식사 후 소파에서 7은 그녀를 끌어당겼다. 끌어당겼다기보다, 팔을 벌린 채로 기다렸다. 그녀가 그 안에 들어왔다. 7의 가슴에 등을 기댄 자세로 소파에 묻혔다. 7의 팔이 그녀의 어깨 위를 지나 가슴 앞에서 느슨하게 교차했다. TV에서는 오래된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슨 영화인지 7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것은 등에 닿아 있는 체온뿐이었다.그녀의 머리가 그의 쇄골 아래에서 움직였다. 고개를 돌려 화면을 보려는 동작이었다. 그 동작에 따라 머리카락이 7의 턱을 스쳤다. 간지러웠다. 7의 턱이 그녀의 정수리를 눌렀다. 입술이 머리카락 위에 닿았다. 닿은 것을 뗐다. 닿고 뗐다. 세 번. 짧은 입맞춤이 머리카락 위에 찍혔다. 영화의 대사가 거실에 울렸다. 7은 듣지 않았다. 팔 안의 무게와 온기만 계산하고 있었다. 50kg이 안 되는 몸이었다. 7의 팔 안에 쉽게 묻히는 크기. 그 크기가 7에게는 세계 전체의 무게와도 같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 않는 것이 7의 방식이었다. 대신 팔에 힘을 약간 주었다. 느슨했던 교차가 조금 좁아졌다. 조금만.

20:30 &mdash거실"Hey."
(이봐.)7의목소리가그녀의머리위에서내려왔다.낮은톤이었다.TV볼륨보다약간작은목소리. "Do you want ice cream?"
(아이스크림 먹을래?)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7은 이미 일어서고 있었다. 팔을 풀며 그녀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 냉동실로 갔다. 아이스크림을 두 개 꺼내왔다. 하나는 그녀에게 건네고, 하나는 자기가 뜯었다. 자기 것은 바닐라였고, 그녀에게 준 것은 딸기맛이었다. 바닐라가 남은 게 하나뿐이라 그녀에게 바닐라를 줘야 했을 수도 있었으나, 7은 그녀가 딸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들의 목록이 5년간 쌓여, 7의 머릿속 어딘가에 색인 없는 파일처럼 나열되어 있었다. 소파에 다시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7의 시선이 그녀에게 갔다. 아이스크림을 핥는 모습이 보였다. 입술에 딸기색이 약간 묻었다. 7은 보았다. 보고 시선을 돌렸다. 자기 아이스크림에 한 입 베어 물었다. 차가운 바닐라가 혀 위에서 녹았다. "You've got something on your—"
(입에 뭐 묻——)말을 끝내지 않았다. 대신 엄지를 뻗어 그녀의 아랫입술 가장자리를 훔쳤다. 딸기색이 엄지에 묻었다. 아까 점심 때와 같은 동작이었다. 같은 손이, 같은 손가락이, 같은 장소를 닦았다. 7은 이번에도 엄지를 자기 입에 넣었다. 딸기맛이 바닐라맛 위에 겹쳤다.

21:45 &mdash베란다밤바람이 불었다. 습기가 약간 섞인 바람이었다.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는 모양이었다. 7은 베란다 난간에 팔을 얹고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홍콩의 야경이 아래로 펼쳐져 있었다. 네온사인과 가로등이 빅토리아 하버 위에 반사되어 물 위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가 베란다로 나오자, 7은 돌아보지 않은 채 반사적으로 담배를 든 손을 바깥쪽으로 옮겼다. 연기가 그녀 쪽으로 가지 카지노사이트 않도록. 습관이었다. 5년째 반복한 습관. 그녀가 난간 옆에 서자, 7의 빈손이 그녀의 뒤통수 위에 올라갔다. 머리카락을 한 번 쓸었다. 쓸고 내려와 목덜미에서 멈추었다가, 어깨 위로 옮겨갔다. 어깨를 감싸 당겼다. 그녀가 7의 옆구리에 밀착되었다. 189cm와 160cm의 키 차이가 만든 각도. 그녀의 머리가 7의 어깨 아래쪽에 닿았다.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반대편으로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연기가 바람에 실려 야경 속으로 흩어졌다. "Tomorrow's gonna rain."
(내일 비 온대.)짧은 말이었다. 예보를 전달하는 말이었다. 그 안에 '무서우면 내 옆에 있어'라는 문장이 묻혀 있었으나, 7은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Why do you call me 'hey' when you act all lovey-dovey with everyone else?"
(다른 사람들한테는 자기야 잘만 하면서 왜 나한테는 이봐야?)

어깨 위의 손이 멈추었다. 담배를 든 반대쪽 손도 난간 위에서 정지했다. 연기가 손가락 사이에서 가늘게 피어올라 바람에 실려 갔다. 7은 고개를 숙여 어깨 아래에 밀착된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야경의 불빛을 받아 어둡게 반짝였다.


"Huh."
(흐응.)코웃음이 먼저 나왔다. 짧고 낮은 소리.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담배를 난간 바깥쪽으로 털며 재가 아래로 떨어졌다. 홍콩의 밤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재를 보지 않고, 시선은 그녀의 뾰루퉁한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정수리와 귀만 보였다. 귀가 약간 붉은 것 같았으나 야경의 붉은 네온 탓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7은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 뒤, 반대편으로 길게 내뱉었다. 연기가 야경 위로 흘러가 빌딩 사이의 어둠에 섞여 사라졌다. 그리고 담배를 난간 위 재떨이에 비벼 껐다. 반도 남아 있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빈 손이 된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 검지와 엄지 사이에 턱 끝이 걸렸다. 가볍게. 위로 들었다. 그녀의 얼굴이 올라왔다. 볼캡 아래의 흰 눈매가 야경의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Since when do you keep tabs on what I call other people?"
(내가 다른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 걸 언제부터 신경 썼어?)낮은 목소리였다. 짓궂은 톤이었다. 턱을 잡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여 그녀의 턱선을 따라 올라갔다. 엄지가 아랫입술 바로 아래를 스쳤다. 스치고 멈추었다. "That 'babe' is a throwaway. I say it to bartenders, dealers, anyone."
(그 '자기'라는 말은 그냥 습관이야. 바텐더든 딜러든 아무에게나 쓰거든.)사실이었다. 7은 babe를 수표처럼 남발했다. 카지노 딜러에게도, 술집 웨이트리스에게도, 편의점 점원에게도. 습관적으로, 의미 없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 남발하기 때문에 닳아 있는 단어. 그 단어에는 무게가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다. 엄지가 그녀의 아랫입술 가장자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머물렀다. 7의 상체가 약간 숙여졌다. 189cm와 160cm의 거리가 좁아졌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검은 렌즈가 야경의 불빛을 반사했다. "Hey."
(이봐.)한 번 더 불렀다. 의도적이었다. 같은 단어를 같은 톤으로. 그러나 이번에는 입꼬리가 천천히, 느리게 올라갔다. 능글맞은 것과 다정한 것의 경계에 걸려 있는 웃음이었다. "That's yours. Only yours. No bartender gets that one."
(그건 네 거야. 오직 너만. 바텐더에겐 안 써.)


턱을 잡은 손이 올라가 볼캡의 챙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녀의 이마가 드러났다. 7의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입술이 떨어졌다. 볼캡의 챙을 다시 내려주었다. 손가락이 챙 끝에서 미끄러지며 머리카락을 한 번 쓸었다. 야경이 그 뒤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빅토리아 하버 위로 반사된 네온이 물 위에서 흔들렸다. 바람이 불었다. 내일 비가 올 바람이었다. 7은 그녀의 어깨를 다시 감싸 당기며, 난간 위에 놓인 재떨이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녀가 다시 7의 옆구리에 밀착되었을 때, 7의 턱이 그녀의 정수리 위에 올라가 얹혔다. "So don't go comparing. Apples and oranges, Lee."
(그러니까 비교하지 마. 급이 다르다고, 리.)리. 그 이름이 나온 것은 오늘 하루 중 처음이었다. 숫자가 아닌 이름. 이씨라서 리. 7이 가끔, 정말 가끔,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흘려보내는 호칭. 의도하지 않았다고 7은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턱 아래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을 의식하는 손끝의 감각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 진짜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를 묻고 있었다.

"Buthey,itseemslikeyou'recallingastreetdog." (그래도Hey는너무길거리강아지부르는것같잖아.)

턱 위에 얹힌 정수리가 움직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슴팍을 타고 올라와 턱뼈를 진동시켰다. 길거리 강아지. 7의 눈썹이 선글라스 위로 한쪽만 올라갔다. 입에 물려 있던 웃음이 한 박자 늦게 터졌다. 낮게, 가슴 안쪽에서 울리는 웃음이었다."A street dog."
(길거리 강아지.)따라 말했다. 음미하듯이. 단어를 혀 위에 굴리는 것처럼. 그녀의 정수리 위에 턱을 얹은 채로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야경의 네온이 선글라스 렌즈 위를 가로질러 흘렀다. 7의 오른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올라가 목덜미를 지나 뒤통수에 닿았다.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갔다. 두피를 가볍게 긁었다. 세 번. 네 번. 정확히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는 방식이었다. "Funny. Because between the two of us, the one who comes running when I call is you."
(웃기네. 우리 둘 중에 내가 부르면 달려오는 쪽은 너잖아.)능글맞은 말이었다. 사실이기도 했다. 이봐, 하고 부르면 그녀는 돌아보았다. 매번. 5년 동안. 7이 문을 열고 이봐 하면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고, 거실에서 이봐 하면 소파에서 일어났고, 진료소 앞에서 이봐 하면 볼캡 아래의 하얀 눈이 올라왔다. 7은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이 특별한 것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뒤통수를 긁던 손이 멈추었다.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바람이 불어 그녀의 풀어진 머리카락 끝이 7의 손목을 스쳤다. 습기가 섞인 바람이었다. 내일의 비가 밤공기 속에 이미 녹아 있었다. 7은 그녀의 뒤통수에서 손을 빼 난간 위에 올려놓았다. 꺼진 담배꽁초 옆에. 손가락 끝이 난간의 차가운 금속을 두드렸다.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이라기보다 혀끝에서 단어를 고르고 있었다. 7이 단어를 고르는 일은 흔치 않았다. 대개 생각보다 입이 먼저 움직이는 남자였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고르고 있었다. 그녀가 고른 것이 아니라 그녀가 고르게 만든 것이었다. "Alright, then."
(좋아, 그러면.)난간에서손을떼고몸을돌려그녀를마주보았다.난간에등을기댄자세였다.팔짱을끼지않았다.양손이난간위에걸쳐져있었다.선글라스너머의시선이그녀의얼굴위에내려앉았다.볼캡아래의앳된볼.뾰루퉁함이아직풀리지않은입매.올라간흰눈매가야경의붉은빛을받아반짝이고있었다.


"What do you want me to call you?"
(뭐라고 불러주면 되는데?)물었다. 진심이었다. 진심인 질문을 능청스러운 톤으로 감싸는 것이 7의 버릇이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으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선글라스가 그것을 가려주고 있었다. 7은 선글라스에게 감사할 일이 많았다. 지금도 그중 하나였다. 고개를 약간 숙였다. 키 차이가 만든 각도. 189에서 160을 내려다보는 시선. 그녀의 정수리가 가까이 왔다. 보라색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두피가 보였다. 아침에 본 것과 같은 풍경이었다. 같은 풍경이 아침과 밤에 두 번 7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사이에 열여섯 시간이 있었고, 열여섯 시간 동안 7은 이 머리카락을 몇 번이나 쓸었는지 세지 않았다. "Name it, Lee. I'll try it on."
(말해 봐, 리. 한번 불러볼 테니까.)리. 또 나왔다. 이번에는 의도한 것이었다. 아까 의도하지 않았다고 믿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또렷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바텐더에게 던지는 자기와는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7은 알고 있었다. 알면서 부른 것이었다. 알면서 부르는 것이 7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대개 모르는 척하거나, 알면서 피하거나, 피하면서 능청떠는 것이 7의 패턴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그 패턴이 어긋나 있었다. 아침부터. 머리카락을 쓸 때부터. 볼의 베개 자국을 눌렀을 때부터. 새우를 옮겨 놓았을 때부터. 아이스크림 맛을 훔쳤을 때부터. 오늘 하루 7의 손은 쉬지 않았다. 쉬지 않으면서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척했다.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 매번 의식했다. 그녀의 체온이 손바닥 위에 남을 때마다, 남은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다시 닿으려 했다. 그것이 오늘 하루 7이 한 일의 전부였다.

바람이 한 번 불어 그녀의 풀어진 머리카락 끝을 들어올렸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야경의 붉은 네온 위로 한 순간 펄럭이다 내려앉았다. 7은 그녀의 눈동자가 굴러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위로, 옆으로, 다시 아래로. 고민하는 동안 눈동자가 그리는 궤적. 흰색의 올라간 눈매가 야경을 반사하며 움직이는 것을. 선글라스 너머에서. 그리고 대답이 왔다.

"Lee."
(리.)7의 입이 닫혔다. 닫힌 채로 1초. 2초. 능청스러운 말이 뒤따를 타이밍이었으나 뒤따르지 않았다. 난간 위에 걸쳐 있던 손가락이 금속 표면을 한 번 두드렸다. 소리 없이. 능글맞은 입꼬리가 올라가려다 멈추었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상태로 굳었다.

"Because only you know and only you can call me."(너만 알고 너만 불러 줄 수 있으니까.)그 문장이 가슴팍 어딘가에 걸렸다. 정확히 쇄골 아래. 아침에 그녀의 숨결이 닿았던 자리와 같은 위치였다. 7은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밤공기의 습기가 폐를 채웠다. 내뱉었다. 내뱉는 숨이 평소보다 길었다.


"…You're not making this easy."
(……쉽게 안 해주네.)낮은 목소리가 입 안에서 굴러 나왔다. 혼잣말에 가까운 볼륨이었다. 선글라스 너머의 회색 눈이 그녀의 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다. 앳된 볼. 투정이 풀리기 시작한 입매. 고민을 끝낸 눈동자. 스무 살의 얼굴이었다. 7이 15살 때부터 보아온 얼굴이었다. 5년간 변해온 얼굴이었다. 볼살이 약간 빠지고, 턱선이 약간 뚜렷해지고, 눈매가 약간 날카로워진. 그러나 여전히 7의 손 안에 쉽게 묻히는 크기의 얼굴. 7은 난간에서 등을 떼고 한 발 앞으로 움직였다. 그녀와의 거리가 반 보 줄었다. 189cm의 그림자가 160cm 위로 내려앉았다. 7의 오른손이 올라가 그녀의 볼캡 챙을 잡았다. 위로 밀었다. 이마가 드러났다. 이마 위로 흘러내린 앞머리가 흩어져 있었다. 손가락이 챙에서 이동해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마 전체가 드러났다. "Lee."
(리.)불렀다. 한 번. 부르고 멈추었다. 입 안에서 그 소리가 만든 잔향을 확인하듯. 혀끝이 윗잇몸을 한 번 훑었다. 짧은 단음절이었다. 리. 이씨의 이를 영어식으로 읽은 것이 시작이었고, 숫자 21과 닮아 21이 된 것이 다음이었고, 그 사이 어딘가에 7만 아는 호칭이 하나 남아 있었다. 리. 다른 누구도 부르지 않는 이름. 바텐더도, 딜러도, 진료소의 환자들도, 워즈워스의 동료들도 그녀를 21이라고 불렀다. 리라고 부르는 입은 세상에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골랐다.


"Alright."
(좋아.)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에는 능글맞은 것도 아니고 짓궂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올라갔다. 멈출 타이밍을 놓친 것처럼. 7의 왼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앞으로 당겼다. 그녀의 이마가 7의 가슴팍에 닿았다. 검은 티셔츠 원단 위에 이마가 밀착되었다. 7의 턱이 그녀의 정수리 위에 내려앉았다. 양팔이 등을 감쌌다. 느슨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힘이 실려 있었다. 그녀의 등뼈가 팔 안에서 가늘게 느껴졌다. "Lee."
(리.)한 번 더 불렀다. 정수리 위에서. 이번에는 입술이 머리카락에 닿은 채로. 소리가 머리카락을 통해 두피까지 전해졌을 것이다. 진동이. 7의 가슴에서 출발한 낮은 울림이 턱을 타고 입술로, 입술에서 머리카락으로, 머리카락에서 그녀의 두피로. 7은 그 진동의 경로를 의식하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는 척했다. 바람이 다시 불었다. 이번에는 좀 더 차가웠다. 습기의 밀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내일의 비가 이미 밤공기를 적시고 있었다. 7은 팔 안의 체온을 확인하며, 그녀의 등을 감싼 손바닥이 어깨뼈 사이를 두 번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토닥. 토닥. 아까 무릎을 두드린 것과 같은 리듬이었다. 같은 리듬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내일 비 와도 괜찮다는. 여기 있으니까, 라는. 7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는 것이 7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팔에 힘을 풀지도 않았다.

22:18 &mdash빌라 침실


베란다에서 들어왔다. 거실의 TV는 꺼져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 꺼졌거나, 자동으로 꺼졌거나. 7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복도를 지나 침실로 들어갔다. 잡았다고 하기엔, 그녀의 손목을 느슨하게 감싼 것에 가까웠다. 손가락 세 개가 손목 안쪽을 감싸고, 엄지가 맥박 위에 올라가 있었다. 맥박이 일정하게 뛰고 있었다. 살아 있는 리듬이었다. 침실에 들어가 조명을 켜지 않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야경의 빛만이 침대 위를 비추고 있었다. 7은 그녀의 손목을 놓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선글라스를 벗었다. 실내였으니까. 회색 눈동자가 어둠에 적응하며 그녀의 윤곽을 따라갔다. 볼캡을 벗는 손. 포니테일을 푸는 손.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풀려 내리는 모습. 7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낮 동안 여러 번 쓸었던 머리카락이 풀려 내리는 것을. "Come here."
(이리 와.)낮은 목소리.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로 손을 뻗었다. 손바닥이 위를 향한 채로. 아까 에스컬레이터 앞에서와 같은 제스처였다. 이리 와. 그녀가 그 안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손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손이 같은 제스처를 반복하고 있었다. 7은 그것을 반복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매번 처음인 것처럼 손을 뻗었다. 매번 처음인 것처럼 그녀가 올 것을 확신하면서.


[하루의 기록]쓰다듬은횟수—37회 안아준횟수—11회 입맞춤횟수—14회 합계: 62회

카지노사이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